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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나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책을 읽고 느꼈던 것을 같이 공유하고 싶습니다. 시간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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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소설 [부끄러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23쪽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시골에서 자란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부끄러웠다. 내 부끄러움은 그때가 시작이었을까?

그 당시엔 두려웠고 무서웠다. 시간이 흐른 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어서 그냥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살아왔다. 40대 중반에 이른 지금도 그 일은 지워지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그 시절엔 다 살기 힘들어 비슷한 일을 겪은 가정이 있었을 거라고 나를 위로해줬다.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보다는 위로가 되었다.

 

30쪽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나의 부모님은 이미 그 일요일의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행동을 다시 끄집어내어 해명 혹은 사과를 주고받고 나서 전부 잊기로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밤 정사를 나눈 뒤에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겠구나. 40년 가까이 내 기억에서 가장 무서웠던 기억, 가장 힘들었던 기억인데 당사자인 부부는 이미 다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사립 기숙학교에 다니면서 계급을 경험한다. 대학 다닐 때까지도 좁은 우리 집에 사람들을 잘 데려왔던 나를 생각해보면 아직 사회적 계급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몰랐던 것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학벌로, 사는 곳으로, 부의 정도에 따라서 차별하는 사회를 경험하면서 나 역시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순간 나도 놀라지만 머리로 어렵게 안 하려고 노력해야지 가능하다.

 

저자는 사립학교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집에 온 날 어머니의 모습이 초라해서 부끄러움을 느꼈던 일을 회상하며 부끄러워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주택단지에 살면서 겪은 인간 관계때문인지 인상깊었던 곳은 1952년 당시 저자가 살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설명한 부분이다. 69쪽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식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반드시 알고 싶어했는데, 그것은 남에게 떠들어대기 위해서인 동시에 자기의 삶은 철저히 감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아야 하니까. '남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들면서도 자기는 내보이고 싶은 부분만 정확하게 털어놓을 뿐'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전략이었다. <중략> 사람들은 남들의 행동거지를 관찰하고 숨겨져 있는 아주 조그만 습성을 분석했고, 그런 것들을 모아 해석을 붙이면서 한 사람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각자가 조그만 말 한마디씩 덧붙여서 만들어지는 집단 소설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가게나 술집에 모여 앉아 "그자는 쓸 만한 사람이야"라든지 "그 여자는 싸구려야"라는 식으로 요약을 하곤 했다.

 

요즘 이렇게 마을 개념이 없고 아파트에서 개인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내 경험이 정확하게 글에 적혀있어서 놀랐다. 진정한 관계를 찾아 헤맨다.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이상적인 관계라서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같다. 요즘 깨달은 것은 모든 사람과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관계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책모임에서 책을 이야기하며 소통하고,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소통하며, 직장에서는 업무와 관련해서 소통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 며 소통하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실을 깨닫기 까지 많은 경험과 어려움이 있었다.

 

 

Posted by 시간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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