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가 되면 읽겠다고 피해왔던 책이다.
5.18 민주화 운동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말을 듣고 그랬다. 최대한 피했다. 가슴이 아파서 내가 감당하기 싫어서 피했다.
세월호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에도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고, 읽고나선 정확히 알아야 누구를 위한 실천이든 할 수 있고 내가 아는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무관심이 가장 큰 폭력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1980년이면 난 세살이었고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난 마치 이 세상이 평화로웠던것처럼 커왔다.
고등학생이 되고 어렴풋이 광주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억울한 일이었다는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하는 동안 나랑 상관없다는 듯이 살았고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여러 역사책을 통해 5.18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되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어디서 부터 어떤 생각을 해야할 지 몰랐다. 역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읽는데 내가 준비했던 마음은 의미가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 중간 중간 헉 소리가 절로 났다.
작가는 어떻게 이 책을 써나갔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읽기만 하는 내 마음이 이런데 직접 자료조사부터 책을 쓰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있고 중학생 동호, 친구 정대, 대학생 진수형, 고등학생 은숙누나, 20대 초반 양장점 미싱사 선주누나, 마지막 동호엄마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준비를 하고 본 책이지만 중간에 책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진행중인 문제들이 있고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답답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이 그 시대에 권력을 나눴던 정치인들을 다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런 마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채 고통받고 여전히 고통받는 삶을 살고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삶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한강 작가님의 에필로그를 보니 실제 인물이었던 동호의 이야기를 당시 동호의 선생님이었던 작가 아버지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되었고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첩을 보고 충격에 휩싸여 여러 자료를 더 조사하고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써준 작가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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