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사회-김민섭지음
이 책은 김민섭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다.
대학강사를 그만두고 대리운전을 하며 겪은 일과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왜 이제서야 만난 걸까? 좀 더 일찍 못 읽어서 아쉽다.
당분간 책을 읽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이야기하고 다닐 것 같다.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나는 이야기가 있었다.
작가님의 대리 운전을 돕기 위해 아내가 나서는데 세 살배기 아기를 재우고, 아기만 놔두고 나설 때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을 것 같다.
대학에서 교수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우다가 갑자기 아저씨라고 불릴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라면 감당 할 수 있었을까? 그런 면에서 작가님이 멋지다. 아이 분유값과 생활비에 더 보탬이 되고자, 불합리한 대학의 구조에 더 이상 착취당하지 않기 위해 사회로 나와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노동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53쪽 호칭은 한 인간의 주체성을 대리하는 수단이 된다. 자신을 그 공간의 주체라고 믿게 만드는 동시에, 그를 둘러싼 여러 구조적 문제들을 덮어버린다. 나 역시 내가 속한 공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나는 그 구성원이라는 환상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그 환각에 익숙해질 때, 우리 모두는 '대리'가 된다. 그 공간에서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의 욕망을 대리하며 '가짜 주인'이 되어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67쪽 대리기사에게 운전석이란 온전한 타인의 공간이다. 손님이면서도 주인의 역할을 잠시 대리하기 위해 침입/침투한 불편한 존재가 된다. 그러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모든 행위를 검열하고 통제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자신이 어느 공간에서 주체로서 존재한다는 감각, 바로 그것이 저마다의 행동양식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77쪽 스스로 한 발 물러서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은 주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행위다. 그러고 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행동과 말은 통제되더라도 사유하는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을 아주 어렵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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