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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나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책을 읽고 느꼈던 것을 같이 공유하고 싶습니다. 시간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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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신 김화영작가님에 대해서 과거에 박웅현작가님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프랑스어 번역을 아주 잘 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다. 여러 번 번역하신 책을 보다가 아름다운 다운 문장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걸 끝내 읽어내지 못했다. 시를 읽는 것이 어렵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우선 음미할 시간이 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니 글씨만 읽고 넘어가면 그건 시를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인거지...

그러다 이번 책 걷기예찬에서 번역가님의 번역에 눈을 떴다. 문장이 아름다워서 이 책은 연속해서 두 번이나 읽었다. 

두 번 읽으며 음미해야 했다. 문장이 참 좋구나. 문장이 좋을 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감정은 표현하고 싶어도 어렵다. 혼자 책을 보며 아마 웃고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유일하게 시적인 문장들에 처음 눈뜨게 해준 책이다. 

 

걷기에 대한 예찬을 늘 해왔던 편이라 이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내용을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의 저자분은 사회학 교수라고 한다. 우리 몸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는 분인것 같다. 

사회학을 전공하신 분이 걷기에 대해 글을 쓰면서 시와 철학을 느끼게 하다니 너무 놀랍다. 

 

 

21.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험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32. 걷기는 집이 반대다. 걷기는 어떤 거처를 향유하는 것의 반대다. 우연히 내딛는 걸음걸음이 인간을 과객으로, 길 저 너머의 나그네로 변모시키기 떄문이다. 

 

35. '발걸음의 문화는 덧없음의 고뇌를 진정시켜준다. 걸어서 하루에 30킬로미터를 갈 때 나는 내 시간을 일 년 단위로 계산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삼천 킬로미터를 날아갈 때 나는 내 인생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다.'

 

41. 보행자가 공간을 끝없이 돌아다닐 때 그는 자신의 몸을 통해서 그만큼의 대항해를 하는 것이다. 

 

43. '극도의 목마름을 통해서 그대는 비로소 잎사귀 밑에 가려 있던 딸기의 맛을 알고 그대 마음속의 극단한 두려움을 통해서 비로소 교회와 그 서늘한 그늘을 안다. 더할 수 없는 피로와졸음에 이르러서야 그대는 비로소 팔우러 모래 속으로 가뭇없이 잦아드는 파도를 안다.......모든 것이 마음속에서 힘없이 주저 앉아 잠 속으로 빠져들 뿐일 때 비로소 그대는 한밤중의 하늘로 빠르게 솟아올라 가볍게 걸린 달을 볼줄 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욱한 연기를 피우며 타오르는 어떤 생각에 시달린 나머지 온 영혼의 질식상태에 이르러 보았을 때야 비로소, 양귀비 알껍질 속의 씨앗 같은 내면의 문장에 길든 귀를 지녔을 때야 비로소 살랑거리는 나뭇잎새들의 가벼운 노래와 그 애절한 자유를 안다.'

 

49. 짐은 인간을 말해준다. 짐은 물질적인 형상으로 나타난 인간의 분신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관찰자는 짐을 보고 그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당장에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90. 발로 걷는 사람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혹은 기차,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거만하게 구는 일이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보행자는 언제나 인간의 높이에 서서 걸으므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세상이 거칠다는 것을 느끼고 길에서 지나치게 되는 행인들과 우정 어린 타협을 이룰 필요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95. 키에르케고르는 1847년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

 

119. 오솔길은 물론이지만 세상의 모든 길은 땅바닥에 새겨진 기억이며 오랜 세월을 두고 그 장소들을 드나들었던 무수한 보행자들이 땅 위에 남긴 잎맥 같은 것, 여러 세대의 인간들이 풍경 속에 찍어 놓은 어떤 연대감의 자취 같은 것이다. 

 

145. 자동차를 숭상하는 문화가 도처에 만연하여 걷는 사람들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필연적으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세계를 만들어내다. 

 

221. 비는 예의범절을 벗어난 여백과도 같다. 

Posted by 시간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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