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김혜남지음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내게 없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행복을 멀리서 찾게 되곤 했던 것 같다.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자 지금 사는 게 맞는 것일까? 다른 삶을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우선 내가 지금 누리고 사는 삶에 감사를 먼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고 더욱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김혜남작가님은 정신분석 전문의이시다. 엄마이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일도 병행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40대에 파킨슨병이 찾아온다. 처음 병이 걸렸을 때 잠시 삶이 무력해 졌다가 바로 일어나서 건강관리에 힘쓰며 진료도 하고 강의도 하고 책도 쓰면서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이 책을 그런 과정을 담은 책이다.
9쪽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게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걱정이 별 도움이 안 되듯, 후회 또한 별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한 가지 후회하는 게 있따면 인생을 숙제처럼 해치우듯 살았다는 것이다. 의사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면서 나는 늘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어떻게든 그 모든 역할을 잘해 내려 애썼다. 나 아니면 모든 게 잘 안 돌아갈 거라는 착각 속에 앞만 보며 달려 왔고,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도, 환자를 돌보는 성취감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닦달 하듯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나기도 하고 더 큰일을 당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컨디션이 좋은 날은 좋은 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그런 대로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려고 애쓴다.
21쪽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말이다. 그것이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24쪽 ‘아 한 발짝이구나.’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을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나늘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30쪽 아픔이 덜해 움직일 수 있거나 약 기운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는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산책을 나가고, 장 보러 가기도 하고, 친구와 수다도 떨면서 말이다.
37쪽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는데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39쪽 우선은 움직이고 싶어도 꼼짝도 할 수없는 상태를 경험하고 나니까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손가락과 팔다리,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42쪽 나느 예전에는 감사할 게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욕심으로 나를 다그치며 앞으로만 달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는 참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중략.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기적일지도 모른다.
44쪽 파킨슨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1. 단점을 애써 고치려 하지 말고 그냥 장점에 집중할 것
-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하면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그러니 단점을 그냥 두고 그 시간에 장점을 더 키워 나가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2. ‘마리크로 월드’를 발견하다.
- 병으로 인해 천천히 걷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발견했다. <<창가의 토토>>에는 이런말이 나온다.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운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가슴의 열정을 불사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3. 겸손을 배우다.
예전 같으면 내가 옳기 때문에 그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을 텐데 지금은 기다린다.
4. 유머의 힘은 역시 세다
70쪽 실수 하나 했다고 금방 좌절하고 주눅 들어 있지 말고 닦 한마디만 하라. “모릅니다. 가르쳐 주세요.” 중략. 그 때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한 사람일수록 아주 크게 발전한다.
72쪽 탈 벤 샤하르 <완벽의 추구>저자:완벽에 대한 집착과 강박으로 인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만 했고, 그럼에도 자꾸만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돼 늘 불안했으며, 그로 인해 삶은 피폐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중략.완벽주의를 포기한다고 해서 절대 삶이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삶을 더 즐기면서 잘 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이다.
74쪽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 없다. 중략. 더 이상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60퍼센트만 채워졌다고 생각되면 길을 나서 보라.
—> 복직해서 부족한 것은 채우면 된다.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일년 더 쉬면서 더 공부해서 더 준비해서 가려고 생각하지 말고 당장 시작해서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해보는 것을 어떨까?
86쪽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가족들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회사에 다니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일의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일에 질질 끌려다니는 피해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해 주는 거다’라고 마음먹고 하기 싫은 일을 빨리 해치우면 나머지 시간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원하는 여행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원해서 웃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상황을 원만하게 넘기기 위해서 웃어 주자’라고 마음먹어 보라.
그 어떤 억울할 일을 당했더라도 그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부모도 가족도 배우자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 탓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라. 그래야 남의 역사가 아닌 내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고,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꼴 보기 싫은 사람과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이 아닐까.
113쪽 만약 당신에게 그런(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굉장한 행운아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중략. 듣는다는것만으로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를 일이다.
122쪽 아이를 하루 못 씻기고 재웠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는다. 일이 많으면 시부모님 밥상을 못 차려 드릴 수도 있는 법이다. 남편에게 아이를 봐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 그렇게 하고 얻은 시간에 친구들을 만나 밀린 수다를 떨어도 좋을 일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시간이 정말 없을까? 마음만 먹으면 끝없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니 그 어떤 순간에도 삶을 즐겨라.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133쪽 사소한 일까지 모두 상처라고 말하면 우리 삶은 문제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누가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을 가해자로,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고,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린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고치고 해결할 수 잇는 일들이 내 힘으론 해결불가능한 문제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왜 사소한 마찰과 갈등을 굳이 상처라고 명명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충분히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말이다. 그리고 상처는 우리가 무언가를 절실히 원하기 때문에 받는 것이다. 무언가 원하는데 그게 내 바람대로 되지 않을 때 상처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원하는 게 정말 합당한 것인지부터 생가해 보라. 중략. 스쳐지나가고 그냥 넘어갈 일까지 굳이 상처라고 말하며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상처와 상처가 아닌 것을 구분 짓는 것, 그것은 어쩌면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136쪽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1. 외워 버려라.
- 외우다 보면 시어머니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텐데, 저런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보이실 텐데 하는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더 나아가 어떤 말을 하실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 경지에 달하면 신기하게도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게 된다. 만약 갈등 상황에서 ‘서 사람 왜 저래?’라며 열을 내게 되면 오히려 나를 잃어버리고 남에게 지배당하게 된다. 그러니 안 고쳐질 사람인데 계속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한다면 그냥 외워 버려아.
2.’~하는척’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는 있지만 그 감정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다 표현할 필요는 없다. 그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하는 척’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맞춰 주는 것이다. 상황을 원만하게 빨리 풀어가기 위한, 그래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니 ‘~하는 척’이 옳지 않다는 편견을 버려라. 때로는 솔직한 게 오히려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3. 그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자 해도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기분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우리가 맨 처름 받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상처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므로 ‘느낌’을 상처로 남길지 그냥 상대방에게 돌려주고 머릿속에서 지워 버릴지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
4. 더 이상 그가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라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면 지금 그와의 관계를 풀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고, 거기에 쓸 에너지를 당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써라. 어떤 이유로든 당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을 지켜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149쪽 운동도 열심히 한다. 그러면 해야 할 일들 가운데 못 하게 되는 일들이 생기는데 그래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나 대신 잡지에 들어갈 원고를 쓸 테고, 다른 사람이 나 대신 강의를 할 것이다. 꼭 내가 안해도 되는 것들이다. 그걸 안 하면 내가 마치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이제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오히려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154쪽 당신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당신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간 말고,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것부터 결정하세요.
189쪽 어른이 된다는 건 과거에 어떤 상처를 입었든지, 자기 인생은 자기 책임이라고 인정하고 더 이상 과거에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이다.
230쪽 현대사회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신화를 끊임없이 전파한다. 매스미디어에선 고난을 이겨 내고 성고한 소수으 ㅣ사람들이 이름만 바꿔 가며 등장하지. 그러나 성공에 대한 희망은 반대로 만성적인 불안감을 퍼뜨린다. 게다가 1등이 된다는 건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을 받을 자격을 갖춘다는 의미다. 즉 타인에게 인정받아야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고 성공했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그러나 타인의 기대에 맞추었을 때만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자신을 상실한 것이 된다. 중략. 내가 만족하다는데 남들으 시선과 평가가 뭐가 그리 두렵겠는가.
지금 이대로도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상처라는 것 도 내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고 상처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그동안 내가 만든 상처가 얼마나 많았는지 떠올랐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다 좋은 것이 아니며 ~하는 척하며 관계를 맺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일이든 한 발짝 씩 이라도 시작하는게 중요하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되었을 때 도전해보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만들의 인정과 칭찬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나를 인정해주고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내게 너무 많은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책을 많이 필사했다. 언제든 열어보고 다시 시작해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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