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김신지 에세이

96쪽 목적지만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인생을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순간과 그엏지 않은 순간으로 구분하고, 나머지 날들을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이라 치부하지 않는 것. 내게 필요한 건 그런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삶의 시간이 다 그렇다. 대학에 합격하기 전, 취업하기 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나누어 놓고 그 전의 시간을 다 ‘준비’ 시간으로 여기면 우리 앞에 촘촘히 놓여 있는 시간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101쪽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고 어디 먼 데를 바라보는 대신 내 발밑을, 나를 둘러싼 반경 5미터 안의 세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내 일상을 인생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침에 일어나 마음을 다잡고(다잡아야 한다) 출근하고, 출근해서 내 몫의 일들을 처리하고, 퇴근하면 집에 돌아와 직접 지은 밥을 먹고,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는 일상을 사는 것.

160쪽 김연수 작가는 평생 가장 좋아하는 책 백권을 업데이트한 다음, 일흔이 넘어서는 그 책들만 반복해서 읽다가 죽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243쪽 하지만 남들하고 비슷한 나이에 최대한 비슷한 성취를 이루면서 살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같은 트랙을 달려 결승점 리본을 누가 먼저 끊고 들어가느냐의 문제 아닌데.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 길에서 무얼 겪고 보았느냐가 자기만의 인생을 만드는 건데. 우리는 결국 모두,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34쪽 ‘되다’와 ‘하다’를 혼동하지 않으면 70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 거였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 앞애서 우리가 물어야 하는 건 성공여부가 아닐지 모른다. 되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하고 싶어서인가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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