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아름다워-김영옥지음
이 책은 정희진님의 <나쁜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를 읽고 알게 되어 읽어봤다.
노인혐오, 여성혐오 등 요즘 사회는 온갖 혐오들로 가득찬 것 같다. 자본주의 논리로 노년을 바라본다는 게 문제이다. 이 책은 노년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온 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35쪽 현재 우리의 지각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기술의 발전과 뷰티 산업이 생활 세계의 맥락과 무관하게 증폭시키는 이미지의 시계다. <중략>피부는 매력적인 의복이자 제 2의 거주지이며, 기호이자 유행의 견본이 되었다. 이전에 몸이 노동, 출산 등 다른 실존 영역에서의 생산과 의미를 위해 잘 관리되어야 했다면, 이제 몸은 그것 자체로 생산이며 동시에 소비이고, 기호이며 동시에 의미다.
43쪽 젊어야 아름답다는 뷰티 산업의 계략이나, 소비 능력이 있어야 존엄하다는 자본주의 논리,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을 해야 의미 있다는 유사 공공성 논리에 강요당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여정과 리듬에 맞게, 현재의 이 노년이라는 생의 무대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나이 든 삶을 사는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이로서 노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왜곡 없이 발화되고, 그에 합당한 이해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작은 토대나마 마련되리라 기대한다.
49쪽 그녀는 매번 길이 꺾일 때마다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에 무게를 싣는다. 주류사회의 규범이 제시하는 생애단계별 삶의 진행과 달리 꽤나 자유로운 삶의 길을 걸어온 그녀에게 삶은 나이의 관점에서도 매번 살아볼 만했고, 또한 자신이 선택하거나 맞아들인 관계나 활동, 직업 등에서도 늘 괜찮았다.
82쪽 현대인의 삶은 한쪽에는 강요된 유급노동이, 다른 한쪽에는 수동적인 소비가 있는 시소게임인지도 모른다.
97쪽 노년의 행복한 일상이 공적 의제가 되지 못할 때 남는 건 우리 머릿속에 공포로 각인되는 '파고다공원'이나 '페휴지 줍는 노년'의 어둡고 비참한 이미지다.
116쪽 오히려 무엇인가를 얻었을때 어떻게든 그것을 잃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느라 새로운 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131쪽 경제나 건강 등 이런저런 결핍이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독거노인이 얼마나 뱃심 있게 두려움과 무관한 하루하루를 사는지, 얼마나 자신을 잘 지킬 뿐 아니라 사회생활의 생활의 재미도 알뜰살뜰 누리는지 아느냐고 이들은 되묻는다.
138쪽 노년이면 누구나 '아침에 일어날 때면 끙 소리가 절로 나오고, 뭘 하려면 안경부터 찾아야하는' 등 허다한 불편함을 직면한다. 그러나 나이 들면 이런 식으로 불편해지는 게 순리고, 이 순리에 응하는 것이 순응이며, '딱히 이거다 싶은 깨달음이 없어도' 이렇게 순응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혜안이라는 게 김담의 견해다.
139쪽 그가 말하는 나이든 사람의 혜안은 바로 이런 것이다. <중략>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할 템포 늦추는 것, 어지럽거나 언짢은 마음은 시간 아래 두고 곰삭히는 것, "시간을 두면 삭아요. 저절로 삭아서 그 안의 본래 줄기가 보여요, 정확히. 그러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절로 나타나요."
223쪽 이래서 우리가 그렇게 목숨 걸고 싸웠던 거구나. 내가 싸우지 않다가 이걸 봤으면 얼마나 후회했겠나. 송전탑 안 들어오게 하려고 그리도 오래 싸웠는데, 그래도 들어왔구나. 그러나 여기 싸웠으니까. 이제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는가 보다.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겠나. 우리 정말 많이 싸웠다. 잘 싸웟다. 밤낮도 없이.
275쪽 부담되고 인정하기 싫은, 심지어 공포로까지 확산되는 노년의 이미지는 근대주의가 퍼뜨린 독립적 개인에 대한 신화, 뷰티산업에 토대를 둔 편협한 미의식 그리고 삶에서 배제된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화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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