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은 책을 잡자마자 매우 빠른 속도로 다 읽어버리는 책이다.
치매에 걸린 70세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이다.
연쇄살인범은 20대 딸이 한명있다. 그 딸은 자신이 과거에 죽인 문화센터에서 일하던 여자의 딸이다. 문화센터 여자가 죽임을 당하기 전 자신의 딸만은 살려달라고 해서 주인공 김병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양해서 키운다. 30년 전부터 살인을 그만두게 되었고 딸 은희와 살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딸이 최근에 일어난 연쇄살인범(박태수)과 연애를 시작했고 김병수는 박태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은희라는 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박태수는 경찰로 밝혀지고 김병수가 은희라고 했던 여자는 김병수의 재가 요양보호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또 그 요양보호사를 김병수가 죽인 걸로 밝혀진다.
소설 초반부부터 마지막까지 김병수 입장에서 읽게 되다보니 박태수가 정말 연쇄살인범처럼 여겨졌고 과연 김병수는 박태수를 살인하게 될까? 에 집중하여 읽게 된다. 그런데 허망하게 소설의 끝부분에서 그게 다 거짓기억으로 드러난다. 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그래서 참 어렵다.
171쪽 작가의 말이 이 소설보다 더 좋았다.
소설가라는 존재는 으외로 자율성이 적다. 첫 문장을 쓰며 그 문장에 지배되고, 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을 따라야한다 . 소설의 끝에 도달하면 작가의 자율성은 0에 수렴한다. 마지막 문장은 앞에 써놓은 그 어떤 문장에도 위배되지 않을 문장이어야 한다. 무슨 창조주가 이래? 이럴길가 없다.
이부분이 소설에 대한 내 편견을 깨주는 말이어서 많이 끌렸다. 소설은 자율성이 무한대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작가의 말이 그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