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로 건너가는 법-김민철에세이
김하나 작가님을 좋아해서 작가님이 '철군'이라고 부르는 김민철 작가님도 알게 되었다. 내적 친밀감이 엄청나다.
이 책을 써준 김민철팀장님께 정말 절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에 자신감이 없어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우선 김민철팀장님은 정말 큰 바위같이 듬직한 분이신 것 같고 바다같이 마음이 넓으신 분 같다.
아량이 좁은 나에겐 배울점이 많은 분이시다.
일을 하며, 우리는 자란다. 어떤 업종에 종사하건, 누구와 함께 일하건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이 주는 성취감부터 힘들던 일을 어느덧 수월하게 처리할 때의 뿌듯함, 나의 힘으로 기어이 해냈을 때의 자기효능감, 힘을 합쳐서 함께해냈을 때의 소소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각종 가르침, 반복되며 쌓이는 각종 노하우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6쪽
일이 이렇게 좋은 거였나? 매일 그만두겠다는 말을 달고 지내온 나에게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10년째 그만두겠다고 징징거리는데 일의 긍정적 효과를 가슴에 새겨보자. 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내게 가장 힘을 줬던 챕터는 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법이다.
'일의 인수분해'. 인수분해라는 단어 앞에서 수학은 늘 못했다며 울상 지을 필요는 없다. 좀 있어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이름을 붙여 봤을 뿐, 그냥 일을 분해하라는 것이다. 마치 낙지 탕탕이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잘게 잘게 쪼개서 일의 힘을 분산해보라. 'TV광고 제작'이라는 일을 예로 들어볼까? TV광고를 제작하려면 촬영을 해야하고, 촬영을 하려면 감독을 만나야 하고, 감독을 만나려면 TV광고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한다. TV 광고 제작이라는 거대한 일을 잘게 잘게 쪼개는 것이다(물론 실제로는 저것보다 훨씬 더 잘게 쪼갠다).최종 목표만 보면 언제 시간 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해야 하나 부담감이 커지지만, 잘게, 더 잘게, 그러니까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쪼갠다. 일 앞에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도 이 방법은 효과적이다. <중략> 일을 잘게 쪼개고 난 후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역산'. 우리 팀은 새로운 일이 들어오면 다 같이 모여 앉아서 달력을 보며 스케줄을 짠다. 역산의 방법으로. 이미 앞 단락에서 설명한 방식을 보고 눈치를 챈 분들도 있겠지만, 모든 스케줄은 먼 곳에서 가까이 오느 방식으로 짜야 한다. 왜? ㄷㅇ장 일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중략>가까운 일정부터 짜나가다 보면 뒤쪽 일정이 모자라는 사달이 난다. 그러니 반드시 역산해야 한다. 55-56쪽
내가 항상 시간이 부족했던 이유다. 늘 하루만 더 있었으면 했는데 이렇게 역산을 해보면 이젠 시간에 쫒기지 않을 것 같다. 또 일을 쪼개면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 늘 덩어리로 놓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워서 시작을 못한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큰 산과 같은 김민철팀장님도 나랑 비슷한 면이 있었다. 바로 퇴사에 대한 생각이다. 늘 자주 입버릇처럼 퇴사해야겠다는 말을 달고 사셨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광고주프리젠테이션에서 엄청난 모욕을 느끼꼬 정말 퇴사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그만 둘 수는 없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오래 아껴둔 퇴사카드를 그런 사람들 때문에 쓸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그때였다, 퇴사카드가 놓여 있던 위치가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출근하기 싫어서, 불합리한 피드백이 싫어서, 무례한 광고주가 싫어서, 쫓기듯 사는 기분이 싫어서, 에너지가 바닥나서,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던 퇴사카드였다. 설명하자면 회사 생활 속에서 매 순간 튀어나오는 싫다는 감정에 대한 반사적인 응답이랄까. <중략>하지만 그날, 걷고 또 걸으며 퇴사카드의 모습은 바뀌었다. 아니, 진화했다.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언제나 빛을 발하고 있는 비상구로. <중략> 퇴사카드의 힘을 설명하자면 유미의 이별카드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불합리한 의사결정 앞에서 우리 팀을 지켜야 할 때. 누군가의 무례한 태도 앞에서 우리 팀을 지켜야 할 때. 사공이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서 갈팡질팡할 때. 내가 팀장이니까 내 판단을 믿고 밀고 나갈 용기가 필요할 때. 나는 퇴사카드를 떠올린다. 그날 이후로 나의 퇴사카드는 내 마음의 비상구가 된 것이다. 96-97쪽
또 팀장님의 말씀중에 팀원이 항상 안전하다는 느낌이 갖도록 해야한다는 부분도 나를 반성하게 했다. 우리집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이런 안전감을 주는가?
사람은 물과 같아서 챕터도 참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에 일을 다시 하게 되면 이 챕터를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