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줄래요?-황승택 지음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코너에 황승택작가님이 나오셨다.
궁금해서 바로 읽어봤다.
작간미은 2015년 예상치 못한 혈액암이 발병하여 4년간 치료를 받아 복직에 성공한다. 그러다 갑자기 급성중이염으로 청력을 상실한다. 나도 친한 언니에게 갑자기 중이염이 와서 청력을 상실한 경우를 가까이서 봤다. 정말 황당할 정도의 병이다. 갑자기 어느날 그렇게 청력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다. 한순간 청력을 잃고 일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많이 불편해 졌는지 토로하는 언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갑자기 고성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앞에서 창피함을 느껴서 되도록 집에서만 생활하게 된다고 한다. 전화받는 일이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한다. 작가님도 청각을 잃고 생활하면서 겪게되는 불편한, 불합리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챕터 주제인 아픈몸으로 산다는 것에 관련된 글을 읽어가면서 마음에서 어떤 먹먹한 감정이 일었다. 작가님은 여러번 귀수술을 하게된다. 장치를 삽입하고 염증이 생겨서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다시 장치를 빼는 수술, 다시 장치를 삽입하는 수술, 중간 중간 염증제거하는 수술 등 글로 읽기만 하는데도 벅차다. 몸이 아플 때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에 그 순간 가장 큰 외로움을 느끼곤 하는데 작가님은 이 수술을 거의 혼자 감당하신 것 같다. 아내분은 육아를 해야했고 코로나시국이어서 면회도 어려웠다.
204쪽 내 인생은 궤도에서 크게 두 번이나 이탈했다. 1차로 세번 발병한 혈액암과 이후의 급성중이염으로 청력과 평형감각손상이라는 2차 사고가 생겼다. 자칫하면 원 궤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나는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이탈한 궤도를 수정하며 원레 궤도를 향해 삶의 페달을 돌리고 있다. 자꾸 재발하는 귓속 염증과 나도 모르게 누적된 심리적 피로감은 페달 돌리기를 멈추라고, 굳이 왜 힘들게 다시 레이스에 복귀하느냐고 회유하기도 한다. 힘들고 지칠 땐 잠시 쉬더라도 정신과 몸의 기운이 보강되면 나는 다시 어떻게든 내 삶의 페달을 돌릴 것이다.
211쪽 매력적인 '불굴의 용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단한 토대를 바탕으로 육중한 건물이 만들어지듯, 지금 처럼 끝없이 다가오는 위기와 고통에 때로는 쓰러지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일어서는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소박한 승리가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불굴의 용기'가 싹을 틔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