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준최선의 롱런-문보영 산문집

시간은신 2020. 12. 3. 11:20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늘 그렇게 배워왔고 그래서 조금만 흐트려져도 죄책감을 갖게 되는데 이 제목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 왜 그렇게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갈까? 그렇게 완벽하게 살아가지도 못하면서...

괜히 죄책감, 열등감만 잔뜩 쌓이게 살아가는 것 같다.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일상을 잘 살아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말도 내게 위로가 되었다. 늘 뭔가 특별한 읽을 해야할 것만 같았던 과제를 품고 살았는데 일상을 잘 살아내는 일도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섬세한 감성으로 일상을 살고, 쓰는 시인을 볼 수 있다. 여러 주제 중에 [너무 작고 사소한 사랑]편이 좋았다.

 

53-54쪽

요즘 누가 시을 읽어?

->사람들이 안 읽는 게 아니라, 네가 안 읽는 거겠지

야, 그렇게 시를 길게 쓰면 누가 읽냐?

-> 네가 안 읽는 거겠지.

 

그래서 누군가 세상을 등에 업고 당신에게 상처를 준다면 이렇게 중얼거리면 좋다.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거대한 세상이 아니라

내 눈앞에 서 있는 작은 당신일 뿐이야.

이건 아주 작고 사소한 싸움일 뿐이다.

 

 

47쪽 인류를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도 안 사랑한다는 말이고 전 세계를 위해 일하겠다는 말은 아무 일도 안하겠다는

말이고 자식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겠다는 말은 아무것도 아닌 인간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니까. '세상을 위해서'라는말도 내게는 텅 비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구체적인 사람은 연민할 수 있어도 세상을 연민할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