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시간은신 2020. 1. 10. 10:03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만 내가 하는 여행의 스타일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끼던 갑갑한 느낌의 갈증이 무엇때문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 여행은 어떤 여행이었을까를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

결혼 전에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유럽배낭여행, 패키지 일본 보드여행, 일주일간의 제주 올레길 걷기 여행이 떠오른다.

결혼 후 가족들과 떠난 제주 한달 살이, 대만 자유여행, 태국 자유여행, 베트남 자유여행, 짧은 국내 여행정도가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 하고있는 휴직이 나에겐 장기 배낭여행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의 4분의 3이 지나는 이 시점에 자유로운 느낌보다는 다시 돌아갈 현실에 대한 부담이 커서 불안하다.

이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현실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고 있다. 미래의 일상을 미리 당겨서 보내고 있는 것인가? 충분히 더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그렇게 원했던 휴직이었는데 막상 휴직생활이 길어지자 많이 불안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시 적응할 일을 생각하니 겁도 난다. 휴직이 끝나갈때쯤 나는 다른 일을 찾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상 이 시점이 되어 휴직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현실이 걱정된다.

이 책에서 여행자들이 장기여행시 느끼는 감정과 내가 휴직하고 있는 동안 느끼던 감정이 매우 흡사해서 놀라웠다. 

 

43쪽 여행을 자신의 '현실적'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즐길 뿐이다. 실제로 명품백이나 비싼 자동차를 부러워하지 않는 이는 있어도, (자유와 낭만의 상징으로서) 여행의 경험, 정확히 말해 여행의 '환상'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93쪽 우리는 언제나 마음의 기준에 따라 세상을, 사물을, 사람을 본다. 그 마음의 기준이란 대체로 현실의 기준과 일치한다. 그 속에는 주로 타인과의 비교, 질투, 열등감, 우월감, 박탈감, 승리감, 패배감 등이 뒤섞여 있다.

 

100쪽 어느 유명 관광지에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곳을 향하 목적의식만이 남는다. 낯설고 신비로운 세상은 그저 '지나가는 풍경'으로 전락해 버린다. 하지만 몸과 의식의 이런 균형 상태를 알고 지켜 내고자 한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몸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152쪽 나는 내 삶을 산다고 믿지만, 강요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남들과 같은 수준을 성취하려고 애쓰는 하나의 기게에 지나지 않는다.

 

181쪽 우리는 자유를 갈망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그 자유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한다. 잠깐의 자유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우리는 '자유의 부담'을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아 한다. 철학자들은 일찍이 이런 인간의 속성을 간파했다. 니체는 인간이 주인이 디기보다는 차라리 노예가 되길 원한다고 했고, 에리히 프롬 역시 인간은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