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혹시 이 세상이 손바닥만 한 스노볼은 아닐까

시간은신 2019. 10. 31. 10:19

많은 위로를 받았다. 저자가 살아가는 방식은 내가 원하던 이상과도 닮았다.

지금은 아이가 셋이고 나도 이제 기득권이 되었는지 호주로 떠나서 육체노동을 하며 힘들게 사는 게 끌리면서도 못할 것 같다.

책에서 거의 내 이야기를에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108배를 하며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책읽기를 좋아하여 책을 읽다 저녁 준비하는 시간이 오면 스트레스를 받는 내용은 거의 내마음이 100퍼센트 그대로 옮겨져 있는 것 같았다.

가볍게 읽기 좋겠네하고 생각하며 집어 든 책인데 오히려 강하게 붙잡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89쪽 J는 일이나 삶에 대한 충고나 조언을 좀처럼 하지 않았고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그저 태도를 내보이며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을 청소하는 법,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되 그것을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서서히 좋은 가치가 타인에게 스며들게 하는 법, 타인을 배려한다는 시혜적 태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나이 어린 사람을 하대하지 않는 방식, 회사에서 동료들과 유지해야 할 적정 거리감, 개인주의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법. J는 그 모든 방법을 한 번도 말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저 자기 인생을 그렇게 살았을 뿐이었다.

 

148쪽 그동안 내가 생각해 온 '진로'는 '직업'의 유사어였다. 청소년기 진로 상담은 대학교에서 무엇을 전공할지에 관한 것이었고 대학생의 진로 고민은 사회에 나가 어떤 직업을 취할 것인지에 한정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진로란 '앞으로 나아가는 길,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라는 좀 더 넓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으로 먹고사느냐의 문제와 함께 어떤 인생을 살지에 관한 포괄적인 성찰이기도 한 것이다. 만일 직업이 곧 진로라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미처 선택하지 못한 사람은 평생 방향을 찾지 못하고 인생길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

<중략>

진로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일상을 주도적으로 가꿔 가는 방법을 배우고 나니 회사나 친목 모임이라는 소속감이 없어도 외롭지 않았고 '시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무료함이나 공허함이 해소되었다.

 

---->소속감이 없어 지금 내가 무료하고 공허한가?

내가 내 일상을 주도적으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가? 운동을 하고 독서를 하고.....그리고 죄책감을 느낀다.

이 죄책감에 관련해서 이 책에서 내 마음 그대로가 적혀있다.

187쪽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 줘야지.'

'매일 먹는 김치는 건강한 재료로 직접 담가야지.'

'밑반찬과 국이 꼭 있어야 할까? 한 가지 요리하기에도 벅찬데.'

----->이와 비슷한 생각을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하기 시작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아니었네? 참 반가웠다. 남편은 자기 밥은 신경쓰지마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편하게 아이들과 대충 해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저 죄책감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온 남편에게 적어도 밥은 차려줘야하는 거 아닐까에 대한 물음에 어떤 적절한 답변도 떠오르지 않는다.

 

236쪽. 방심하면 찾아오는 무기력과 허무의 관성을 이겨 내고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밝은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싶다.